멍나비 님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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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4. 6.

    by. meongnabi

    목차

      1. 나의 재정 상황 진단이 우선이다: 모든 판단은 현황 파악에서 시작된다

      부채를 먼저 갚아야 할지, 저축을 우선해야 할지 결정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재 나의 재정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건 ‘내가 가진 돈이 얼마인가’보다도 고정수입, 고정지출, 총부채, 이자율, 긴급자금 보유 여부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부채라고 해서 모두 같은 성격이 아니고, 저축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가치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분석해 보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A 씨는 매달 300만 원의 세후 수입이 있고, 생활비로 180만 원을 쓰며, 1,000만 원의 신용대출(연 9%)과 3,000만 원의 주택담보대출(연 3.5%)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자. 또 예비자금은 100만 원 정도만 통장에 남아 있는 상태다. 이 경우 우선순위를 정할 때는 부채 상환의 ‘급박함’과 저축의 ‘목적성’을 비교해야 한다. 연 9%의 신용대출은 매달 약 7.5만 원의 이자가 나가고 있고, 이는 저축으로 벌 수 있는 이자 수익이나 투자 수익보다 훨씬 크다. 반면, 3.5%의 담보대출은 장기 자산의 성격이 있으므로, 우선순위가 뒤로 밀릴 수 있다.

      또한 현금흐름을 보면 매달 120만 원의 여윳돈이 있지만, 그중 상당 부분이 고금리 부채 이자에 쓰이고 있다는 점에서 긴급 자금이 없고, 유동성이 부족한 상태로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부채를 무작정 갚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왜냐하면 비상금 없이 전액을 상환하면, 긴급 상황에 다시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 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처럼 재무 우선순위를 정하기 전에는 반드시 ‘전체 자산 구조도’를 작성해 자신이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우선순위는 숫자로 정의되지 않고, 구조로 결정된다.

       

      2. 비상금 없는 상태에서는 무조건 저축이 우선이다

      많은 사람이 부채가 있으면 ‘일단 갚는 게 무조건 맞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비상자금 확보다. 비상금은 일반적으로 생활비 3~6개월치(보통 300만 원 1,000만 원 수준)를 의미하며, 예기치 못한 실직, 질병, 사고, 갑작스러운 가족 지출 등에 대응하기 위한 재무 안전망 역할을 한다. 이 자금이 없이 모든 돈을 부채 상환에 집중하면, 조금만 상황이 흔들려도 더 나쁜 조건의 고금리 대출을 다시 받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B 씨는 신용카드 리볼빙(연 18%) 대출 300만 원이 있어 매달 6만 원 이상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었다. 그는 급하게 갚기 위해 적금을 깨고 월급도 대부분 원리금 상환에 투입했는데, 한 달 뒤 예상치 못한 의료비 지출 150만 원이 발생했다. 결국 다시 더 높은 금리의 현금서비스를 사용해야 했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이자와 스트레스를 떠안게 됐다. 이는 비상금 없이 부채만 갚으려 한 대표적인 사례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비상금이 없는 경우라면 저축이 부채보다 무조건 우선이다. 신용대출 이자가 아무리 높아도, 비상 상황에서 다시 부채를 질 가능성은 더 크고 위험하다. 이때의 저축은 단순한 목돈 마련이 아니라, '금융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행위다. CMA 계좌, 자유적금, 또는 수시입출식 계좌 등 유동성이 높은 금융상품에 일정 금액을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하며, 해당 금액이 마련된 후부터야 본격적으로 부채 상환과 저축의 밸런스를 고민할 수 있다.

       

      부채 먼저? 저축 먼저? 재무 우선순위 정하는 법

       

      3. 고금리 부채는 저축보다 먼저 갚아야 한다

      비상금이 어느 정도 확보된 이후부터는 부채와 저축 중 어떤 것이 수익률 관점에서 유리한가를 비교해야 한다. 여기서 핵심 기준은 이자율이다. 일반적으로 연 5% 이상의 부채, 특히 신용대출, 카드론, 리볼빙, 현금서비스 등 고금리 채무는 저축보다 먼저 상환하는 것이 유리하다. 왜냐하면 저축의 수익률은 보통 연 1~3% 수준이고, 심지어 적금이나 예금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 수익률이 마이너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C 씨는 월급에서 50만 원씩 저축하고 있으나, 연 12%의 학자금 대출 500만 원을 갖고 있었다. 이 경우 단순한 이자 계산으로만 봐도 500만 원의 연 이자는 60만 원이다. 반면 50만 원씩 1년간 저축해도 이자 수익은 10만 원 미만이다. 즉, 같은 돈을 저축하는 것보다 부채를 줄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특히 고금리 부채는 복리로 이자가 붙기 때문에, 갚는 시점이 빠를수록 전체 비용이 감소한다.

      따라서 이자율 5~6% 이상의 부채가 있다면, 저축은 최소한으로 유지하면서 부채 상환에 집중해야 한다. 다만 장기 저금리 부채(예: 주택담보대출, 학자금 대출, 정책금융 등)는 예외다. 이자율이 2~3%대인 경우, 차라리 여윳돈을 투자나 비상금 확충, 연금 납입 등으로 돌리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이처럼 단순히 ‘빚 먼저’ 또는 ‘저축 먼저’라는 이분법이 아니라, 각 부채의 성격과 비용 구조를 따져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핵심이다.

       

      4. 부채와 저축의 균형 전략: 상황에 맞는 분산 설계가 답이다

      재무관리에서 중요한 건 단순한 ‘정답’이 아니라 각자의 상황에 맞는 균형 잡힌 전략이다. 특히 부채도 있고, 저축도 동시에 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모든 돈을 어느 한쪽에만 몰아넣는 것은 장기적인 안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가장 추천되는 방법은 ‘6:3:1’ 혹은 ‘5:4:1’ 전략처럼, 수입을 부채 상환, 저축, 투자/비상금의 세 항목으로 나누는 분산 설계 방식이다.

       

      예를 들어, 월 100만 원의 여윳돈이 있을 경우, 고금리 부채가 있다면 60만 원은 부채 상환에, 30만 원은 예비자금 또는 정기저축으로, 10만 원은 장기 투자(ETF, 연금저축펀드 등)에 넣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부채는 빠르게 줄어들고, 저축 습관은 유지되며, 장기적으로 자산을 불려 나가는 기반도 마련할 수 있다. 반대로 부채가 저금리이고 여윳돈이 많다면, 4:4:2 혹은 3:3:4로 투자 비중을 늘릴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자산의 흐름을 주도권 있게 관리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다. 부채를 갚으면서도 저축과 투자를 함께 이어나가면, 한쪽이 마무리됐을 때 다른 항목도 어느 정도 축적되어 있는 상태가 된다. 무엇보다도 자산과 부채의 흐름을 한눈에 보기 위해 재무 현황표를 매달 점검하는 루틴을 만들고, 필요하다면 1년에 한 번 재무 구조 리셋 주간을 운영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부채와 저축은 단순한 선택지가 아니라, 함께 조율하고 전략화할 수 있는 도구라는 인식이 필요하다.